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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배경과 전개 및 정책적 교훈

by welcomerich 2025.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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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관련 사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배경과 전개 및 정책적 교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 주택시장 거품 붕괴에서 출발했지만, 위기의 뿌리는 서브프라임 대출의 무분별한 확대, 증권화와 파생상품을 통한 위험의 은폐, 그림자금융의 과도한 레버리지, 신용평가의 구조적 이해상충, 글로벌 불균형과 저금리 환경이 결합된 체계적 취약성에 놓여 있었다. 단일 부문의 충격이 은행과 투자은행, 보험사, 머니마켓펀드, 기업어음 시장으로 순식간에 전이되며 유동성 위기가 지급불능 위기로 전화되었고, 리먼브라더스 파산은 신용경색을 전 세계로 확산시켰다. 이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자본확충, 부실자산 매입, 지급보증, 양적완화와 통화스와프 등 비전통적 정책을 총동원했고, 바젤Ⅲ, 거시건전성 규제, 시스템적 중요기관(SIFI) 규제가 도입되었다. 이 사건은 금융시스템의 상호연결성, 신뢰의 취약성, 정책 대응의 속도와 신뢰성, 그리고 사회적 안전망의 중요성을 분명히 드러냈다.

서론: 거품의 형성과 보이지 않던 균열

2000년대 초 세계 경제는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속에서 위험자산 선호가 높아졌고, 미국 주택시장은 ‘소유의 민주화’라는 구호 아래 과열되었다. 가계의 상환 능력보다 담보가치 상승에 기대어 공급된 서브프라임·Alt-A 대출은 초기에는 낮은 고정금리를 제공하다가 이후 급격히 조정되는 구조를 택해 연체 취약성을 내포했으며, 대출의 상당 부분이 소득증빙이 불충분한 상태에서 승인되었다. 금융기관들은 이러한 대출을 모기지담보부증권(MBS)과 부채담보부증권(CDO)으로 재포장하고, 트랜치 구조를 통해 겉으로는 안전한 최상위 등급을 만들어냈다. 위험은 전통적 은행대차대조표 밖으로 이동했고, 브로커-딜러, 투자은행, 헤지펀드, 구조화투자회사(SIV) 등 그림자금융이 단기 조달에 의존한 채 장기·불투명 자산을 대규모로 보유하였다. 이 과정에서 신용평가사는 수수료 기반의 사업모델과 발행사와의 이해상충 탓에 복잡한 상품에 과도하게 우호적 등급을 부여했고, 투자자들은 내부모형에 대한 맹신으로 실질적 듀디리전스를 축소했다. 세계적으로는 경상수지 흑자국의 과잉저축이 미국 채권시장으로 흘러들어와 장기금리를 억제했고, 저금리 환경은 레버리지 확대를 촉발했다. 주택가격 상승이 당연시되면서 차입자는 자산가치로 상환할 수 있다는 믿음을 키웠고, 대출자는 유동화로 신용위험을 분산했다고 여겼다. 그러나 유동화는 위험을 제거하기보다 복잡한 연결망으로 재배치했을 뿐이었고, 동일한 담보 위에 다층의 파생계약과 헤지, 보증이 얽히며 시스템 전반의 민감도가 높아졌다. 주택가격 상승률이 둔화되고 연체율이 오르자, 단기 조달로 버티던 구조화차입기구들은 차환 실패에 직면했고, 머니마켓펀드와 기업어음 시장의 신뢰가 흔들리며 표면 아래 있던 균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형성된 취약성은 작은 충격에도 확대 재생산되는 양상을 띠었고, 이는 곧 전 지구적 신용경색으로 이어질 토양이 되었다.

본론: 붕괴의 연쇄와 정책 대응의 분기점

서브프라임 연체율 상승은 먼저 유동화증권의 하위 트랜치 손실로 나타났고, 가격 산정이 어려워지자 장외 시장의 거래가 급감하여 자산유동성이 마비되었다. 단기 레포와 ABCP로 조달하던 그림자금융은 담보가치 하락과 헤어컷 확대에 직면해 강제자산매각을 단행했고, 이는 가격 하락의 피드백 루프를 강화했다. 2008년 초 베어스턴스 구제와 구조화채권 헤지펀드 붕괴는 ‘대마불사’ 기대를 키웠지만, 9월 리먼브라더스 파산 결정은 규범을 뒤집으며 신뢰를 급속히 증발시켰다. 머니마켓펀드의 원금손실 ‘브레이크 더 벅’ 사건은 기업어음 시장의 도미노 환매를 촉발했고, 실물기업까지 단기자금 조달이 막히자 실물경기 급락이 현실화되었다. AIG의 신용부도스와프(CDS) 보증은 상호담보요구로 막대한 현금흐름 위기를 야기했고, 보험·투자은행·상업은행의 경계가 무너진 채 상호의존성이 드러났다. 위기는 대서양을 건너 유럽 은행의 자본부족과 도매조달 의존 문제를 폭로했고, 동유럽·남유럽으로 전이되며 이후의 유럽 재정위기로 연결되는 씨앗을 뿌렸다. 정책 측면에서 각국은 예금전액보장, 은행자본확충, 부실자산 매입프로그램, 유동성 창구 확대, 중앙은행의 양적완화와 장기대출, 글로벌 달러 스와프라인 구축 등 비전통적 수단을 총동원했다. 이들 조치는 시스템의 지급능력에 대한 신뢰 회복과 만기불일치 완화를 목표로 설계되었고, 회계·공시·평가체계의 경직성이 금융순환을 과도하게 증폭시키지 않도록 일시적 완화도 병행되었다. 동시에 민간부문 부채축소와 주택시장 조정은 시간이 필요한 과정이었고, 정책이 단기 유동성 문제를 진정시킨다 해도 자본재편과 손실인식, 법적 정리라는 실물적 조정 없이는 회복이 취약하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결국 위기는 금융의 복잡성과 상호연결성이 커질수록 ‘유동성 위장 속 지급불능’ 문제가 얼마나 빨리 확산되는지를 보여주었고, 중앙은행이 최종대부자와 시장조성자 역할을 확장해야 하는 근거가 마련되었다.

결론: 재발 방지를 위한 거시건전성과 신뢰의 설계

2008년의 경험은 몇 가지 단단한 원칙을 남겼다. 첫째, 자본과 레버리지 규제는 개별기관 단위가 아니라 시스템 차원에서 작동해야 하며, 경기순응성을 완화하는 버퍼를 내재화해야 한다. 바젤Ⅲ의 보통주자본비율 강화, 레버리지비율, 유동성커버리지비율과 안정적조달비율은 최소 요건일 뿐, 특정 섹터의 과열에 대응하는 거시건전성 수단—예컨대 주택담보대출의 LTV·DTI 탄력 운용—이 병행되어야 한다. 둘째,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을 적용해 그림자금융의 규제차익을 축소하고, 레포·증권대차·머니마켓펀드의 런 위험을 낮추는 구조적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 셋째, 파생상품의 중앙청산과 증거금 체계를 확대해 상호의존을 투명화하고, 대형·복합 금융기관에는 복구·정리계획(리빙윌)과 총손실흡수능력(TLAC)을 부과하여 ‘정리가능성’을 제고해야 한다. 넷째, 신용평가 의존을 줄이고 투자자 스스로의 위험평가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공시의 질과 데이터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다섯째, 글로벌 차원에서는 달러 유동성 부족과 급격한 자본유출에 대비한 중앙은행간 스와프네트워크와 다중안전망을 상시화하고, 국경간 규제 공조와 위기시나리오 훈련을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금융안정 정책은 사회적 비용과 분배효과를 고려해야 하며, 총수요의 급락을 완화하기 위한 재정정책과 고용안전망이 함께 작동할 때만 실물경제의 상흔을 줄일 수 있다. 위기는 사후 구제능력보다 사전 억제능력, 즉 데이터에 기반한 조기경보, 이해상충의 교정, 인센티브 설계의 섬세함이 중요함을 증명했다. 시장의 기억이 희미해질수록 규율은 느슨해지기 마련이므로, 제도는 망각을 전제로 설계되어야 한다는 것이 2008년이 남긴 가장 현실적인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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